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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LIFE/TASTY

따개비와 오징어 밥상 울릉도 전주식당.

by 회색뿔 2020. 9. 29.

 서울에서 기차로 강릉으로 다시 배를 타고 울릉도로 들어온다. 공항이 건설된다면 1시간 남짓 걸릴 거리지만 지금은 차로, 기차로 그리고 배로 몇 배나 먼 시간을 들여야만 이 곳으로 올 수 있다. 그러나 휴가를 내고 표를 구했다고 끝이 아니다. 하늘이 바닷길을 열어 주어야만 이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출발 당일 아침 일찍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여 발권까지 했건만 높은 파고로 인해 배는 1시간여 늦게 출발하였고 예정보다 늦은 시간에 울릉도로 들어올 수 있었다. 예정될 출항 시간에 파고가 높으면 30분 단위로 갱신되는 파고를 확인하고 출항을 결정하는데, 승선을 원하는 여행객은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터미널에서 대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덕분에 어디 가지 못하고 이른 새벽부터 주린 배를 움켜잡고 울릉도로 입도할 수 있었다.

전수식당의 전경과 차림표

 하늘과 바다가 열어준 울릉도 뱃길을 통해 성공적으로 입도를 하였고 첫 음식점에서 울릉도 오징어를 맛보는 진귀한 경험을 기대하며 식당을 찾는 발걸음도 가볍다. 

전주식당
주소 : 경북 울릉군 울릉읍 울릉순환로 158-1
메뉴 : 따개비밥, 오삼불고기, 오징어불고기 등.

 식당안에 들어오니 3~4 테이블은 이미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처럼 짐이 한가득인 것이 여행객이 분명하다. 다만, 그들은 출항을 기다린다는 점이 우리와는 달랐다. 지난 5일간 배가 뜨지 않아 강재로 섬에 채류 중이란다. 섬을 못 나갈까 걱정하는 우리에게 이런 일은 흔치 않다고 식당 사장님이 우리를 다독이며 여름에도 하루 이틀은 배가 않은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일주일 가까이 배가 뜨지 않는 경우는 잘 없단다.

 어찌 되었건 우리 일행은 시원한 날에 재밌는 섬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고 5일 뒤에 섬을 잘 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휴가가 강제로 연장되는 거지 뭐... 응?

밑반찬과 오삼불고기

 우리는 따개비밥과 오삼불고기를 2인분씩 주문했다. 몇몇 음식들은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니 울릉도 여행은 2명 이상이 오기를 권하고 싶다. 혼자서 2인분 이상 먹을 수 있다 자신하는 사람이라면 혼자여도 좋다. 성격 좋은 사장님이 새우볶음을 내려주며 독도 새우라고 말하자. 순진한 우리 일행들 "이게 그 유명한 독도새우 나?"며 난리 법석이다. 그냥 독도에서 난 새우라는 뜻일 텐데... 아주머니는 이 외지인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인지 어떤 손님들은 메추리알 장조림보고 갈매기 알이라고 말하면 믿는다고 한 술 더 거드신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이렇듯 왁자지껄하게 시작되었다.

오삼불고기는 이모님이 직접 볶아준다.

 상위에 나온 오삼불고기는 주인아주머니의 손끝에서 이리저리 뒤섞이며 뽀얀 살을 붉게 물들이며 익어간다. 도톰한 오징어 살에 울긋불긋 물든 양념이 식욕을 자극한다. 아니 아침부터 굶주린 배는 먹음직한 오징어살에 더욱더 요동치기 시작했다. 맵거나 과하게 달지 않게 맛만 이끌어주는 듯한 양념은 오징어의 탱글탱글하고 단 맛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삼겹살을 함께 먹으니 달큼하고 진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따개비밥

 은은하게 느껴지던 고소한 참기름의 향은 주방에서 따개비밥을 볶던 냄새였나? 오삼불고기가 다 익어 갈 무렵에 나온 따개비밥은 모락모락 김과 함께 참깨, 김가루 이불을 덮고 나와 그 끝을 너풀거린다.  

따개비볶음밥 - 슥슥 비빈다.

 너풀거리는 김가루가 잘 섞일 수 있도록 슥슥 비빈다. 아래쪽의 밥은 뜨거운지 김으로 그 뜨거움을 연신 표현하고 있다. 간장으로 간을 맞추라는데 간장을 더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간이 배어 있다.

따개비와 밥

 한술 떠서 먹어보니 참기름의 고소함과 김의 산뜻함 그리고 잔잔하게 씹혀주는 따개비의 식감이 재미있고 조화롭다. 여기에 새콤함을 더해 줄 울릉도 특산품 명이나물 장아찌와 함께 하니 또 다른 맛이다. 이런 재밌는 식재료 따개비를 또 어느 지역에서 먹을까? 검색해보니 울릉도 지역에서만 따개비 음식이 검색된다. 이 지역의 특별한 음식 일가? 깨끗한 자연이 주는 특별한 음식 일가? 바다가 조금만 오염이 되어도 먹을 수 없을 식재료임은 분명하다. 

3일 째 아침, 백반

 첫 밥상에서 울릉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숙소와 저동항 여객터미널이 모두 이 근처에 있어 아무때나 배고파 지날 때 들러서 허기를 달랠 생각으로 음식점을 나섰는데, 4박 5일의 여정에서 3번이나 이곳에서 식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음번에 다시 울릉도를 방문하게 될 때에도 한끼 이상은 이곳에서 먹게 될 것이라 짐작하며 울릉도 첫 맛집 소개를 마친다. 

- 업체와 무관하며 직접 구매 후 작성한 리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