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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LIFE/TASTY

산행의 피로를 다스려주는 삼겹살, 오리고기 송산

by 회색뿔 2020. 8. 1.

  에어컨 아래 가장 시원한 자리를 찾아 습한 기운을 몰아내고 있는 참이다. 나를 찾는 휴대폰의 진동조차 귀찮을 뿐 그리 달갑지 않은 그런 장마철 주말의 풍경이다. 창밖의 운동하는 사람들은 고온다습한 이런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지 신비롭다. 전화를 멀리하고 수박 한 조각 입에 배어 시원함을 몸속으로 밀어 넣는데 문을 열며 들어오는 와이프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 와이프 전화였구나... 갑자기 머리 끝이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흐른다. 냉큼 달려 나가 가방을 들어주지만 이미 늦었나 보다.

  그나마 다행일까? 와이프는 친한 언니와 커피와 함께 수다를 떨기로 약속했다며 곧 집을 나섰다. 이때까지는 그냥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두어 시간 지났을까? 약속 장소 근처에 맛집을 찾았다며 저녁 식사 시간 맞춰서 나오란다. "윽 땀나는 거 싫은데..." 속으로만 생각하고 집을 나서기로 한다.

  저녁 6시에 도착한 장암역은 집으로 돌아가는 등산객이 상당히 많다. 때문에 아저씨들의 향기(?)를 맡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나면서 보니 이분들 장비와 얼굴의 붉은 기운만 보면 지리산 종주하신 기세인데, 등산 후 가볍게 한잔 하셨나?

구름 사이 사이 내리쬐는 햇볕이 여름임을 일깨워준다.

  와이프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조심스레 식당으로 이동하면서, 이 곳을 찾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최근 자동차 계약을 위해 근처까지 왔다가 맛집을 찾은 거란다. 하긴, 이 곳은 등산 외의 목적으로 방문하기 좋은 곳은 아니다. 특히나 등산도 아닌데 뚜벅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꽃을 사러 오거나 여행 가던 길에 필요한 캠핑장비나 낚시 소품을 사기 위해 근처에 잠시 정차한 적은 있지만 이 안까지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다.

등산객들의 방앗간, 송산

  이날 방문한 곳은 수락산 자락에서 등산객들의 피로를 덜어주는 '송산'이다.

주소 : 경기 의정부시 동일로 122번길 40
메뉴 :

  넓디넓은 불판에 오리와 삼겹살을 구워준다. 아마도 이 넓은 불판이 시그니쳐이지 싶다. 넓은 불판에 삼겹살이나 오리를 올려 익혀 먹을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한편으로는 가족단위로 와서 이 큰 불판을 이용하면 거리가 멀어서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광활한 철판은 일반 불판 12장 정도는 이어붙인 듯 넓다.

  원래의 색은 은색이었을까? 코팅이 왜 벗겨졌지? 궁금해하는 사이 자리가 정해졌다. 그럼 난 와이프 차를 옮겨야지, 근처 넓은 주차장에 주차했더니 3시간 이후부터는 주차비가 발생한단다. 몇 천 원이라도 아끼려고 바지런히 움직여본다.

오 오리 한마리와 두부 등 불판에 올려졌다.

  성인의 큰 손으로도 다 가리지 못할 정도의 큰 오리의 살코기 한 점과 두부, 마늘, 콩나물, 김치가 불판에 올려진다. 조금의 경사가 있어서 일까? 녹아내린 오리의 지방이 아래로 흐르면서 올려놓은 양파와 마늘, 김치에 베어 들며 감칠맛을 더하고 여분의 기름은 구멍으로 빠져나가니 담백하되 느끼하지 않다. 뒤적이길 10분이나 되었을까? 주변을 지나시던 아주머니께서 직접 오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시고는 거의 다 익었으니 조금 더 익히고 먹으라고 한다. "조금이 몇 분 일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기가 거의 다 익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두어 번 뒤적거려 시어링을 하고 한 점씩 나눠준다.

한입 크기로 잘 익은 오리

  정당한 크기로 감자, 마늘 고기를 올려 쌈을 싸고 두부, 김치, 콩나물을 한 젓가락에 집어 입에 넣는다. "호~ 생각보가 괜찮은데?" 다만, 살이 두터워서 그런 것일까? 약간 특유의 진한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오리가 부담스러워질 때쯤 함께 나온 겨자 소스를 더하자 입안이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다.

겨자소스로 개운함을 느꼈지만 청량감을 더해줄 음료를 추가한다.

  겨자소스로 입안을 개운하게 리셋했지만 때마침 찾아온 목마름에 사이다와 막걸리를 주문한다. 커다란 바스켓에 음료를 넣고 얼음을 끼얹어 차가움을 유지하고 있다. 실내가 그렇게 바깥보다는 시원한 편이지만 그래도 불 앞이라 약간의 훈기가 있어 시원한 음료가 아쉬워지는 찰나였다. 

  와이프의 막걸리 주문을 받아 주문하긴 했지만 난 운전 때문에 이 날은 운전 때문에 부럽게 쳐다만 본다. 향이라도 맡아보라고 권하지 않는다.

  "매정하군. 괜찮아 집에 주차하고 나면 냉장고에 재어둔 옥수수 막걸리를 마실 수 있어... 물론 안주는 없겠지.. 흠..."

막걸리의 아쉬움을 두부로 달래러 추가 주문한다.

  구경만 한 막걸리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어 좋아하는 두부를 추가 주문한다. 막걸리만 구수한가? 잘 만든 두부도 충분히 고소한 맛을 전해준다. 그런데 이 두부 추가는 서비스가 아니다. 달라고 하는데 계속 "추가예요?"만 되묻는 아저씨, 지나가는 아주머니를 불러 두부를 달라고 말한다.

  "빨리 주세요. 현기증 날 거 같아요..."

  몇 조각 주고 몇 천 원 받겠지 싶었는데, 거의 두부 한모가 통째로 나왔다. 양이 많아서 남으면 어떡하지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불판을 금세 불판을 비운다. 

수란산 초입에서 본 도봉산의 노을

  차로 이동하는 길의 노을이 이쁘다. 전신주가 시야를 가리지만 그래도 노을의 주는 아늑한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알고 난 뒤 이런 노을은 본 게 언제지? 비 소식만 없다면 동네 뒷산이라도 올라 노을을 보려 한다.  

  노을을 보며 이동하는데 전에 방문했던 근처 곱창볶음 맛집 이야기로 어느새 화제가 바뀌고는 나중에 가자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그러지 말고 오늘 가자한다. 이거 식사로만 2차 뛰게 생겼다.

- 업체와 무관하며 구매 후 작성한 리뷰 글입니다.